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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시트 :EXIT] 재난영화의 요소와 청년 세대의 위로, 사회풍자를 모두 담아낸 영화

by ㅈ ㅣ니 2023. 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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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작품

포스터와 예고편에서 보이는 모습은 마치 한국형 재난 영화라는 이름의 진짜 재난이 덮쳐오는 것 같았습니다. 한국 영화의 대표적 재난영화는 영화 <해운대>입니다. <해운대>는 영화 초반에는 코믹요소로 영화 후반에는 처절한 신파극으로 꽉 채워놓고 마지막에야 재난을 보여주고 끝나는 한국식 코미디 재난영화였습니다. 하지만, 영화 <엑시트>는 과거에는 볼 수 없는 괜찮은 요소들로 구성되어있습니다. 먼저, <엑시트>에는 억지웃음이 없습니다. 웃음을 주기 위해 과잉된 연기의 장면은 배제했습니다. 또한 신파극이 없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신파를 버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요즘 들어 흥행하는 영화들 중 <극한직업>과 <기생충> 역시 신파극이 없습니다. 코믹과 신파극이 늘 천만영화를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는 대목입니다. 억지웃음도 신파도 없는 영화 <엑시트>는 재난상황과 탈출이라는 작품의 상황에 진지하게 몰입합니다. <엑시트>의 전반적인 인상은 깔끔함입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의 함정을 멋지게 격파하는 것에서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불필요한 클리셰들도 파괴했습니다. 악당이 존재하지도 않으며, 정부와 고위층 등 음모와 같은 음모론적 분위기에서도 탈피했습니다. 코미디 부분은 다소 약하나, 그걸 넘어서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영화 <엑시트>입니다.

청춘에게 삶은 곧 재앙이다.

주인공 용남은 취업준비생입니다. 최근까지도 원서를 넣은 회사에서 불합격 메세지가 왔습니다. 영화 첫 장면에서 주인공 영남은 체력단련을 위해서 철봉을 잡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장소는 동네놀이터이며, 용남의 운동을 보는 것은 할머니들입니다. 그리고 용남의 조카와 조카친구들이 용남을 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합니다. 출근도 하지 않고 대낮에 철봉으로 운동을 하고 있는 용남의 모습은 이 사회에서 어떻게 변두리인으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에 용남이 집에서 대우받는 현실과 과거 암벽 등반을 하는 모습 그리고 용남의 친구들을 보여주며 용남의 캐릭터가 어떤지 확실하게 보여줍니다. 용남의 친구는 이 지옥 같은 현실을 탓하기만 하는 용남과 같은 패배자입니다. 용남이 짝사랑하는 여주인공 의주는 진취적이고,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여성입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은 가족으로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고 그나마 아르바이트 같은 일자리에서 일하는 청춘들은 그 젊음을 착취당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 지금 청년들이 노출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청년들의 현실을 재난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조금씩 천천히 올라오는 유독가스는 방독면이 없으면 단 10초도 견디기 힘듭니다. 세상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며, 헬기 구조는 오지 않는 현실과 매 순간 세상은 위기로 청년들을 밀어 넣기만 합니다. 그게 바로 우리 세대가 처한 현실입니다. 우리는 재난과도 같은 세상에서 살고 있습니다.

후기

영화 <엑시트>에서 재난과도 같은 현실속에서도 끝까지 버티고 살아가겠다는 우리의 모습은 제발 한 번만이라도 봐달라고 어필하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또한 재난 상황에서 어떻게 구조요청을 해야 하는지 잘 소개해준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 모습이 우리의 삶에 매우 밀접한 관계가 있어서 더 현실감 있게 다가온 것 같다. 종량제 봉투를 뒤집어쓰고 빌딩을 오르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우리가 이를 악물고 올라가려는 모습과도 같았다. 유독가스가 퍼질 때 학원에 갇혀 있는 아이들의 모습도 나온다. 그 시간까지 집에 가지 않고 학원에 있는 아이들의 모습은 대한민국 학생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영화를 보는 내내 긴장감 있게 흘러갔고, 구성도 탄탄하게 잘 만들어진 영화라는 것을 느꼈다. 마지막 장면에서 비가 내려 유독가스가 가라앉는 장면처럼 청년들이 마음 깊은 속의 불안과 힘든 현실이 비처럼 씻겨져 내려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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